인생은 ‘운(運)’과의 함수다. 선조들은 큰 일을 앞두곤 반드시 시운(時運)과 천명(天命)을 따져 일을 도모하는 건 상식이었다. 큰 성공을 거둔 CEO들 중에는 사업을 위한 필수 양분을 아무리 꽉꽉 눌러 채워 넣었다 해도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말짱 헛것이라는 말을 하는 분이 의외로 많다. 피 터지는 도박판의 타짜들조차 여기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그러나 운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결정할 만큼 세상은 그리 간단치 않다.
# 7:3의 법칙: 운칠기삼
일단 운하면 떠오르는 사자성어는 ‘운칠기삼(運七技三)’이다. 이 말의 유래는 중국 괴이문학의 걸작으로 꼽히는 <요재지이(聊齋志異)>에 수록되어 있다.
이하는 관련 스토리다.
“한 선비가 자신보다 변변치 못한 자들은 버젓이 과거에 급제하는데, 자신은 늙도록 급제하지 못하고 패가망신하자 옥황상제에게 그 이유를 따져 물었다. 옥황상제는 정의의 신과 운명의 신에게 술 내기를 시키고, 만약 정의의 신이 술을 많이 마시면 선비가 옳은 것이고, 운명의 신이 많이 마시면 세상사가 그런 것이니 선비가 체념해야 한다는 다짐을 받았다. 내기 결과 정의의 신은 3잔밖에 마시지 못하고, 운명의 신은 7잔이나 마셨다. 옥황상제는 세상사는 정의에 따라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운명에 따라 행해지되, 3푼의 이치도 행해지는 법이니 운수만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로 선비를 꾸짖고 돌려보냈다.”
요컨대, 인생에서 모든 일의 성패는 하늘(운)이 7할을 차지하고, 인간(재능, 노력)이 3할을 차지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모든 일이 행·불행에 따라서만 결판나는 게 아니므로 운수에 기대지만 말고 스스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라는 심오한 교훈을 담고 있다. 결국 이 근본 구조를 이해하고 더욱 겸손한 자세로 노력하라는 깊은 뜻이 담겨 있는데, 주위를 둘러보면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제멋대로 쓰는 경우가 태반이다.
흥미로운 것들 중에 경마인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마칠기삼(馬七騎三)’이 있다. 조리업에선 재료가 7, 솜씨가 3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인생법칙은 대개 7:3의 원리라고 보면 무난할 것이다.
# 운은 도덕과학이다
한편 자주 듣게 되는 “내 운명은 바꿀 수 있는가?”라는 말은 사실 어리석은 질문이다. 왜냐하면 인생사는 일종의 싸이클 곡선이라서 좋고 나쁨은 누구에나 있는 것이고, 이를 어떻게 하면 좋은 운으로 만들어 가느냐, 즉 운명곡선의 구조를 이해하는 일이 그 핵심이기 때문이다. 일찍이 미당 서정주는 자신을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라 노래하였다. 그것이 운수이건, 말이건, 바람이건, 불교에서 말하는 업(業)이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겸손이다. 누구에게나 일생에 세 번은 대운(大運)이 찾아온다고 한다. 문제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그 운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내공 없이 대운을 받게 되면 내 작은 그릇은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깨져버리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너무 빨리 다가오는 행운은 두려워해야 한다. 평소 불평이 많거나 늘 실패하는 루저들이 내뱉는 변명의 대부분은 자신의 실력은 충분한데 운이 나빴다는 거다. 그러나 이러한 원리를 알고 나면 진정 “운도 실력의 일부”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하늘이 부여하는 운을 어떻게 하면 내가 받을 수 있을까? 동양 최고수들은 하나같이 운이 좋은 사람은 ‘남에게 도움을 준다’, ‘하늘이 돕는다’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운’을 거꾸로 뒤집어 보면 ‘공’이 된다. 공을 들이면 운이 따르게 된다는 게 하늘의 원리가 아닌가 싶다.
그리 본다면 운이란 결국 자기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리라. 따라서 운은 긍정의 힘이자 ‘도덕과학’이라 평가된다. 로마시대 네로 황제의 스승이었던 세네카는 잘라 말했다. “운명(運命)은 용기 있는 자에겐 약하고, 비겁한 자에겐 강하다.”
운시도래(運時到來)! 과연 대운이 열리는 건 어떤 기분일까?
이 교수는 매우 다양한 경력을 거친 국내 정상급 경영평가 전문가이며, 스타 강사로도 유명하다. 또한 베스트셀러, 『생각의 차이가 일류를 만든다』 저자이자 교보 광화문글판 선정(2022년) 작가이다. 현재 조선일보 고정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두줄칼럼」은 삶과 일에 대한 인사이트, 아이디어 및 최신 트렌드 등을 불과 ‘두줄’로 풀어낸 국내 최초의 독창적인 초미니 칼럼 (부제: Think Audition)이다. 내용은 주로 인문과 경영의 융복합 구성이며, 생각근육을 키우고 마음의 울림을 느끼게 하는 지식과 사색의 아포리즘 결정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