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렌디피티 (Serendip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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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은 보통 좋은 일이 생기면 그저 운(運)이 좋았다고 말한다. <미나리>로 오스카 수상식에 선 배우 윤여정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겸손한 정답이긴 하지만 뭔가 2프로 부족한 표현이다. 이럴 때 세계적 고수들은 하나같이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고 한다. 이것은 한마디로 전혀 예기치도 못한 행운 내지 뜻밖의 발견이나 발명이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 세렌디피티의 법칙 (Serendipity’s Law)

원래 이 용어는 영국 작가 호러스 월폴(Horace Walpole)이 1754년에 쓴 『The Three Princes of Serendip』에서 유래했다. 이는 세렌디프(스리랑카의 옛 이름)라는 왕국의 세 왕자가 섬을 떠나 험한 세상을 겪는 스토리다. 여기서 왕자들은 생각지도못한 행운으로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는데, 전설의 보물을 찾지는 못하지만, 우연의 연속 속에서 삶의 지혜와 용기를 얻는다.

피터 드러커는 “21세기 기업과 조직의 생존을 위해서는 세렌디피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의 창업자들도 공개석상에서 그들의 성공을 뜻밖의 행운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고의 세렌디피티는 역시 운명적 사랑과의 만남일 것이다. 2001년 개봉한 피터 첼솜 감독의 <세렌디피티>가 바로 그런 감격을 그린 영화다.

# 확장된 세렌디피티

그 후 과학적 방법론의 하나로 발전돼 온 세렌디피티는 혁신, IT 분야에서도 많이 쓰이는 용어가 되었다. 특히 과학연구 분야에서의 역사적인 진전은 놀랍게도 실수나 우연한 기회에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때로는 실험 도중에 실패해서 얻은 결과에서 중대한 발견 또는 발명을 하기도 한다. 플레밍의 페니실린과 3M의 포스트 잇 발명 그리고 목욕탕에서 넘치는 물을 보고 부력의 원리를 알아낸 것이나 모래 위에 불을 피우다 유리를 개발한 것 등도 좋은 사례다.

19세기 독일의 유기화학자 프리드리히 케쿨레(F.A. Kekulé)의 사례는 매우 특이하다. 어느 날 연구에 지친 그는 깜빡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몇 겹의 배열구조를 가진 분자들이 나타났다. 깨어난 후 꿈에 본 모습을 종이에 그려 봤더니 그것이 바로 그가 그토록 찾던 벤젠의 분자구조였다고 한다.

# 우연한 행운은 없다

한편 동양학 고수에 따르면, 실제 인생에서 대가 없이 요행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재물뿐이라고 한다. 저명한 세균학자 루이스 파스퇴르는 “우연은 준비된 자에게만 미소 짓는다”고 했다. 운이란 기회를 잡을 준비가 된 자의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한 세렌디피티란 ‘갖은 노력 끝에 찾아온 우연한 행운’이라 보는 게 정확할 것이다.

농구 용어 중에 ‘버저 비터(Buzzer Beater)’라는 게 있다. 이는 경기 종료를 알리는 버저 소리와 함께 성공된 골을 가리킨다. 룰에 따르면 종료 버저가 울리는 순간 볼이 슛하는 선수의 손을 떠나 있어야 유효한 슛으로 인정되는 기적의 역전 골이다. 이 버저 비터의 귀재가 바로 NBA 스타 마이클 조던이나 매직 존슨이다. 화려한 무대 뒤에 숨겨진 그들의 뼈를 깎는 노력의 산물이었음은 물론이다.

이처럼 일견 완벽한 우연으로 보이는 일도 사실은 미지의 강력한 긍정과 노력의 힘에서 잉태된 것이리라. 그러나 이를 두고 우연한 행운으로만 치부하는 사람은 인생에서 노력과 긍정 파워의 위력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하수다.

이번 연말에 멋진 기회가 온다면 이런 말은 아낄 이유가 없다. “오늘 당신을 만난 것이야말로 내 인생의 세렌디피티입니다.”

이 교수는 매우 다양한 경력을 거친 국내 정상급 경영평가 전문가이며, 스타 강사로도 유명하다. 또한 베스트셀러, 『생각의 차이가 일류를 만든다』 저자이자 교보 광화문글판 선정(2022년) 작가이다. 현재 조선일보 고정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두줄칼럼」은 삶과 일에 대한 인사이트, 아이디어 및 최신 트렌드 등을 불과 ‘두줄’로 풀어낸 국내 최초의 독창적인 초미니 칼럼 (부제: Think Audition)이다. 내용은 주로 인문과 경영의 융복합 구성이며, 생각근육을 키우고 마음의 울림을 느끼게 하는 지식과 사색의 아포리즘 결정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