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미국 스리마일 섬 사고 이후 신규 건설 허가를 받은 최초 원전이 가동을 개시하며 원전 부활의 신호를 알렸다. 최근 원자력이 넷제로 달성을 위해 필수적인 것으로 인정되는 가운데, 소형모듈원자로(SMR)가 대형 원전 대비 강점을 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발전뿐 아니라 수소 생산, 지역난방과 공정 열, 담수 생산, 그리고 우주 탐사 및 방산 등에서 활약이 기대되는 SMR. 이번 호에서는 SMR의 다양한 활용과 성공적인 SMR 시장진출을 위한 고려 사항들을 제시한다.
넷제로 위한 하나의 Key, 원자력
미국에서 스리마일 섬 사고(1979년) 이후 신규 건설 허가를 받은 최초 원전 보글(Vogtle) 원자로가 가동을 개시했다. 보글 원자로의 상업 가동은 “미국 원자력 산업에 중요한 성과이자 전 세계적으로 깨끗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 솔루션을 발전시키는 이정표”라고 평가되고 있는데, 이는 원자력의 역할이 다시 조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의 강점은 첫째, 탄소 배출이 재생에너지와 비슷한 수준인 청정에너지원이며, 둘째, 국내 정산단가(53원/kWh, 2022년 기준)가 발전원 중에서 가장 낮다는 점이다. 더불어 재생에너지 대비 기후, 입지조건 등 외부환경에 둔감한 덕분에 가격변동성이 적어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우월하다. 즉, 원자력은 탄소 배출이 적은 에너지를 값싸고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어 ‘에너지 전환’의 핵심 3요소를 충족하는 에너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왜 특히 SMR일까?
최근 원자력 중에서도 소형모듈원전(Small Modular Reactor, SMR)이 대두되고 있다. SMR은 기존 원전 대비 적은 용량(300MW 이하)의 중소형·모듈형 원자로를 통칭하는데, 가장 큰 차이는 SMR의 경우 주요 배관의 용접 등 현장에서의 작업량이 확실히 줄어들기 때문에 건설공기가 짧아진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초기 건설비용도 절감이 가능하고 민간 주도의 사업이 용이해진다.
아울러 피동형·일체형 안전설계로 사고 리스크도 크게 줄였는데, 안전성이 높아 수요지 인근에 건설이 가능하다는 것도 강점이다. 부하 추종 운전이 용이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할 수 있어 분산 전원에 적합하다.
SMR, 원전 크기는 작아지고 시장은 커지고
2030년도 상용화를 목표로 전 세계에서 경쟁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SMR은 2040년까지 3,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22년 기준 80여 종의 SMR이 개발 중이며, 상용화 측면에서 가장 선두에 있는 원자로는 중국, 러시아, 미국의 SMR로 평가된다. 이러한 SMR은 단순히 크기가 작아진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SMR이 활용될 다양한 분야를 살펴보면, 첫째는 당연히 발전 부문을 들 수 있다. 산업용뿐 아니라 EV 충전소에서의 활용 등 상업용 발전에서의 활약도 기대되면서 발전 부문의 예상 수요는 2050년까지 51.5% 증가한 72GW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SMR은 차세대 에너지원인 수소 생산에도 사용된다. 한국 정부가 2050년까지 연간 2,790만 톤 청정수소 공급계획을 발표했지만, 국내 수소 가격은 여전히 비싼 수준이다.
이때, 저탄소 발전원 중 가장 저렴한 원자력을 활용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SMR은 핵분열로 발생한 막대한 열에너지로 난방을 공급하고, 공장을 돌리며, 바닷물에서 염분을 제거할 수 있다. 이러한 비발전용 수요는 대형 원전에서 활용도가 낮았던 부분이기 때문에 역시 기대되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SMR은 우주 공간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핵추진로켓 사업 드라코(DRACO)를 민간 방산기업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에 맡기면서 우주에서의 원자력 경쟁 시대를 알렸는데, 우주개발 선도국이 핵추진로켓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는 원자력이 우주 탐사에 있어 매우 효율적인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SMR 시장진출을 위해서는
그렇다면 성공적인 SMR 시장진출을 위해서는 무엇을 검토해야 할까? 우선, SMR 첫 호기 건설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현실적인 면을 감안하면 한국이 개발 중인 i-SMR의 경우 일단 해외보다는 국내에서 첫 호기를 건설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한편, 향후 수출대상국 모색에 있어서는 경제성이 확보가능한 지역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석탄발전소를 원자력발전소로 전환할 경우 입지조건이 유사하다는 측면에서 부지 확보, 건설 비용 등의 이점이 있다. 따라서 원자력과 석탄 발전 비중이 모두 높아 C2N(Coal to Nuclear) 프로젝트가 활발할 헝가리, 슬로베니아, 체코, 불가리아 등 동유럽 공략을 우선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다. 덧붙여, 한국형 원전에 대한 지적재산권 논쟁에서 볼 수 있듯이 걸림돌 없는 해외 시장진출을 위해서는 독자적인 SMR 모델개발과 특허 확보가 필수적이다.
결국 SMR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이유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올라운더(Allrounder)’의 역할이 기대된다는 점이다. 앞으로 에너지 시장은 단순히 발전만 가능한 에너지원이 아니라 다양한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멀티 에너지원을 요구할 것이다. 2023년 12월 개최된 제28차 유엔기후변화 협약 당사국총회 (COP28)에서는 넷제로 달성의 도구로 원자력이 최종 합의문에 최초로 기재되었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따라 앞으로는 SMR을 중심으로 미래 에너지 시장에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들이 창출될 것이며, 이를 선점하는 국가 및 기업이 패권을 가져갈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 정부와 국내 기업들이 이러한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고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확보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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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4본부 김연정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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