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7일부터 10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기술 트렌드를 조망할 수 있는 세계 최대 종합 ICT 전시회이다. CES 2025는 첨단 기술로 뛰어든다는 의미를 담은 ‘Dive in’이라는 슬로건을 기반으로 진행됐다. 올해 CES는 참가기업 4,800여 개사를 기록하며 2024년 규모보다 확대됐다. 특히 한국 기업은 처음으로 1,000개사를 넘어서며 미국,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기업이 CES에 참가했다.
델타항공 – 라스베이거스의 구형(球形) 건축물 ‘Sphere’에서 진행된 기조연설
‘AI 에이전트’와 ‘온디바이스 AI’로 고도화되는 AI 시장
CES 2025의 10대 트렌드로 ①AI ②로봇 ③모빌리티 ④스마트홈 ⑤X R(확장현실) ⑥디지털 헬스케어 ⑦라이프스타일 테크 ⑧스페이스 테크 ⑨ESG(환경·사회·지배구조) ⑩스타트업을 꼽을 수 있다.
먼저 AI 트렌드로는 기술력 확대와 함께 AI를 탑재한 디바이스가 더욱 다양화됐다. 이에 CES 2025에 참여한 AI 기술 기업은 보안성을 높이고 AI의 활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AI 에이전트와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활용한 신제품 개발에 활발히나서고 있다. AI를 기반으로 이용자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개인 비서처럼 다양한 기능으로 제공하는 AI 에이전트 서비스로는 아마존의 AI 음성 비서 ‘알렉사(Alexa)’를 활용하여 출시 예정인 ‘에코 프레임스(Echo Frames)’와 SK텔레콤이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출시할 예정인 모바일 AI 에이전트 서비스 ‘에스터(Aster)’가 새롭게 등장했다.
또한 디바이스 내에서 AI가 운영되어 보안성이 높은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활용하여 고스트패스, 슈프리마 AI 등의 핀테크 기업이 CES 2025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온디바이스 AI 산업의 확대가 기대됨에 따라 한정된 배터리 자원을 가진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많은 컴퓨팅 자원이 요구되는 AI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고성능·저전력 반도체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국내 AI 반도체 기업 딥엑스와 모빌린트는 온디바이스 AI 시장에서 활용성을 강화한 저전력 AI 반도체 제품을 공개하며 온디바이스 AI 생태계 확대 전략을 발표했다.
엔비디아 – 엔비디아는 올해 CES 관련 검색 키워드(Google Trends) 1위를 차지함. 젠슨 황 CEO의 차세대 AI 반도체 제품 공개 기조연설
인간과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는 로봇 시장이 주목받아
로봇 분야에서는 AI를 기반으로 사용자와 더욱 자연스럽게 상호작용이 가능한 가정용 로봇 제품을 선보였다.
중국 로보틱스 기업 헝봇 이노베이션(Hengbot Innovation)은 AI 기술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명령을 이해하고 실제 강아지처럼 감성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한 로봇 ‘시리우스(Sirius)’를 공개했다.
일본 로보틱스 기업 믹시(Mixi)는 시각, 장기기억 등의 기능을 기반으로 이용자와 주변 환경에 대한 대화를 나누거나, 과거 이야기했던 내용을 기억하여 대화 내용을 구성하는 등 정서적인 교감 기능을 강화한 로봇 ‘로미(ROMI)’를 통해 로봇 시장 확대를 도모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 ‘Home AI’ 탑재 스크린 가전 전시 전경/ LG전자 – LG 시그니처 OLED T 28대로 구성한 초대형 미디어아트
모빌리티 산업의 소프트웨어 중요성 확대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에서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기반의 성장 동력 확보 노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행, 보안 및 연결성 강화 분야와 함께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도 모빌리티 분야의 소프트웨어 기반 혁신 요소로 주목받을 전망이다.
CES 2025에서도 SDV 분야 기술 홍보를 위해 다양한 기업의 시연 제품이 화제를 모았다. LG전자는 AI 기술을 기반으로 운전자의 상태를 인식하여 운전자의 주행 편의성 개선 및 위험 상황 파악을 통한 안전 성능 개선을 도모하는 솔루션 ‘인캐빈 센싱’의 체험 공간을 운영했다. 글로벌 자동차 부품 제조사 콘티넨탈은 인체공학적 설계로 위치한 2개의 디스플레이를 기반으로 AI 어시스턴트, 인터랙티브 위젯 등의 기능을 운전자 감성 기반의 디자인 솔루션을 통해 제공하는 ‘이모셔널 콕핏’ 제품을 선보였다.
딥엑스 - 고성능·저전력 중심의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기술 공개/ 중국 Hengbot Innovation- AI 기술을 활용하여 사용자와 감성적인 상호 작용이 가능한 로봇 강아지 ‘Sirius’
스마트홈 산업 내 AI 기술 고도화…기기 연결성과 사용자 맞춤형 기능 강화
CES 2025에서는 스마트홈 산업 내 고도화된 AI 기술, 연결성 강화, 그리고 AI 도입과 함께 중요해지는 보안 부문에 대한 강조가 이루어졌다. 삼성전자는 다양한 가전의 터치스크린을 통해 통합 플랫폼인 스마트싱스(SmartThings)에 연결된 모든 가전을 원격으로 제어하는 ‘Home AI’를 선보이며, 사용자 맞춤형 환경이 구현되고 일상의 편의성이 증진되는 미래를 그렸다. 또한 삼성전자의 최첨단 데이터 보안 솔루션인 ‘녹스 매트릭스(Knox Matrix)’, ‘녹스 볼트(Knox Vault)’ 홍보에도 비중을 두었다.
LG전자는 감성지능(Affectionate Intelligence)을 강조한 전시관을 조성했다. CES 전시관 입구에 LED 사이니지 700여 장을 이어 붙인 거대 키네틱 LED 조형물을 구성하여 LG의 혁신 기술을 통해 변화하는 일상의 모습을 그렸다. LG전자는 AI 기술, 디자인, 사용성 면에서 진일보한 프리미엄 가전제품 브랜드 ‘LG 시그니처 존’을 구성하여 투명 OLED 기술과 AI 기반 식재료 관리 솔루션이 적용된 스마트 인스타뷰 냉장고 등을 선보여 관심을 받았다.
중국 가전업체 TCL은 AI 동반자 로봇 ‘에이미(AiME)’를 최초 공개했다. 스마트홈 통합 플랫폼 기능을 갖춘 에이미를 통해 통합 가전 제어 등의 편의성을 증진시키는 모습을 홍보하고, 일상 속 AI 비서로서의 역할을 선보이며 가전용 로봇 시장 진출에 본격 나섰다.
일본 Mixi - 시각, 장기기억 등의 기능을 기반으로 이용자와 정서적인 교감 기능을 강화한 로봇 ‘ROMI’ /LG전자 - AI 기술 기반 운전자의 주행 편의성 및 안전 성능 개선 솔루션 ‘인캐빈 센싱’
신규 XR(확장현실) 디바이스 및 적용 사례 다수 공개
올해 CES에서는 산업용 특화 XR 디바이스와 더불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부문의 XR 기술 적용 사례가 다수 선보였다. 특히 작년 CES에 독일 기술기업 지멘스가 기조연설을 통해 소니와 함께 산업용 메타버스를 개발 중이라고 발표한 데 이어 소니가 새로운 전문가용 XR 디바이스 및 전용 컨트롤러 ‘XYN’을 공개했다.
롯데이노베이트 자회사 칼리버스는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의 한층 업그레이드된 사용자 친화적인 기술을 선보였다. 칼리버스 내 공연장에서 다양한 공연을 볼 수 있는 ‘VR존’, 현장감 있는 콘서트를 체험하는 ‘3D시어터존’ 등을 통해 엔터테인먼트와 접목된 메타버스의 미래를 그렸다.
중국 TCL – 가정용 AI 동반자 로봇 ‘AiME(에이미)’를 최초 공개 / 일본 Sony – 전문가용 XR(확장현실) 헤드셋 및 컨트롤러 공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고도화 지속, 비침습 기술 주목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는 기술의 고도화와 함께 다양한 영역에서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이번 CES 2025에 등장한 주요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 중 주목할 만한 이슈로는 주사 사용 없이 약물 투약, 건강 모니터링 등의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비침습 기술이 주목받았다.
국내 스타트업 아폴론은 손목시계 형태로 바늘을 사용하지 않고 혈당 측정이 가능한 웨어러블 디바이스 ‘모글루(Moglu)’를, 국내 기업 엠비트로 레이저 기반으로 혈당 측정이 가능한 디바이스 ‘오티브(ORTIV)’ 를 전시했다. 두 제품은 비침습 형태의 혈당 분석 기술을 통해 24시간 이용자의 혈당을 지속 모니터링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기반으로 혈당 측정이 필요한 이용자의 건강 관리를 위한 혁신 기술로 평가받았다.
캐나다 Myant – 섬유 습기 제어하는 ‘Osmotex’ 재킷/ 일본 Kirin Holdings – 소금을 실제 먹지 않고도 짠맛을 느낄 수 있는 ‘전자 소금 숟가락’
패션, 뷰티, 푸드테크에서 펫테크까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테크 부상
캐나다의 소재 컴퓨팅 기술 전문 기업 마이앤트(Myant)는 인체의 발열 속도에 따라, 섬유의 습기 수준을 조절하는 ‘오스모텍스(Osmotex) 재킷’으로 CES 2025 패션테크 부문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오스모텍스 재킷은 인체의 땀 배출 속도에 맞춰서 섬유의 습기 수준을 조절할 수 있는 섬유 펌프를 통해서 폭우 등에도 스스로 건조할 수 있는 기능으로 주목받았다.
일본 식품 기업 기린 홀딩스(Kirin Holdings)는 소금을 실제 먹지 않고도 짠맛을 느낄 수 있는 ‘전자 소금 숟가락’을 선보였다. 저염식이 필요하나 짠맛도 원하는 소비자 대상으로 숟가락 끝에 미세 전류를 흘려 짠맛을 느끼게 하는 근원인 나트륨 이온을 강화한 기술로, 푸드테크 기업 가운데 큰 관심을 받았다.
CES 2025에서 드러난 미래 산업의 발전 방향은?
CES 2025를 통해 확인한 미래 산업 발전 방향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AI의 시장성 강화와 AI 비즈니스 모델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기업의 전략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CES가 AI의 잠재력을 보여준 데 이어 올해 CES에서는 AI의 시장성을 높이려는 기업들의 행보가 부각됐다. 특히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 기술 등을 통해 보안이 강조되는 핀테크, 모빌리티 등의 영역에서도 AI의 활용 전략이 전면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첨단 기술 고도화를 둘러싼 완성차·빅테크의 경쟁과 협력이 동시에 가속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올해 CES에서는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를 포함한 첨단 모빌리티 기술과 자율주행 관련 기술 및 제품이 주목받은 만큼, 디스플레이와 차량 제어 콘셉트 등이 상호작용하는 기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고도화를 위한 기술 중심의 협력과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 번째, 에이징 테크(Aging Tech) 관련 디지털 헬스케어와 탄소 배출 감축에 집중하는 에너지 전환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고령사회를 맞이하는 국가가 증가함에 따라 올해 CES에서도 맞춤형 의료, 홈케어 등의 에이징 테크 키워드가 주목받았다. 아울러 화석연료의 급격한 퇴출보다는 탄소 배출 감축에 집중하는 에너지 전환 트렌드가 새롭게 부상했다. 이에 향후 에이징 테크, 에너지 전환 관련 산업이 더욱 확대되고 관련 혁신 기술이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 경제연구원 • 최창환 책임연구원
· Tel. 02-2112-4089/ E-mail. (changhwanchoi@kr.kpmg.com)
· 경제연구원 • 류승희 책임연구원
· Tel. 02-2112-4089/ E-mail. (seungheeryu@kr.kpm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