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리퀴드 소비 시대, 유통·소비재산업 트렌드 엿보기!
‘현대 사회는 흐르는 액체처럼 시시각각 변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가 매우 불안정하고 가벼우며 예측할 수 없다.’ 폴란드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이 ‘액체 근대(Liquid Modernity)’ 이론에서 강조한 말이다. 이처럼 고정된 소비 패턴이 사라지고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운 ‘리퀴드 소비(Liquid Consumption)’ 시대를 맞이한 시점이다. 이번 호에서는 리퀴드 시대에 주목할 만한 소비 트렌드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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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소비 시장은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변화무쌍한 상태에 있다. 소비자의 취향이 시시때때로 변화하며, 한 때 유행했던 것도 금방 수그러들고, 특정 브랜드에 높은 충성심을 보이던 소비자는 어느새 뒤돌아서 다른 브랜드를 옹호하기도 한다.

과거 솔리드 소비 환경에서는 ‘가격’이 결정적인 기준이 되었으나, 이제 소비자들은 가격 한 가지에 치우치지 않고 경험적, 기술적 측면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고 있다. 다시 말해 모든 기준이 꽉 찬 상태인 육각형 소비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에 육각형을 구성하는 주요 소비 기준에 따라 관찰되는 소비 패턴을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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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시장의 변화를 이끄는 7가지 키워드

요즘 특히 두드러지는 소비 양상은 ‘소비 양극화’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와 플렉스(Flex)를 외치던 2030세대 주요 소비자의 소비 기준점이 ‘절약’으로 이동하며 요노(YONO, You Only Need One)가 새로운 키워드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들이 항상 요노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필수품은 저가를 선호하면서도 본인의 관심사를 충족할 만한 취미 생활이나 희소가치 있는 물건에는 주저 않고 투자하는 양가적 소비 패턴이 관찰된다. 가령 메가커피·빽다방 등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를 활발히 이용하는 소비자도 가끔씩 값비싼 두바이 초콜릿이라든지 호텔 디저트를 통해 작은 사치를 즐기기도 한다. 앞으로는 중간 가격대 시장이 점차 줄어들고 초저가와 초고가로 시장 양분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소비자는 물건을 소유하는 것보다 경험을 통해 만족감을 얻는 것을 중요시 여기는 경향이다. 잘파(Zalpha)세대는 다양한 이벤트와 볼거리 등으로 독특한 경험 요소를 제공하는 팝업스토어에 열광한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최신 제품 및 서비스를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구독경제 역시 새로운 소비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구독 서비스는 기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넘어 TV·노트북 등 생활 가전제품 렌털을 비롯해 맞춤형 건강 식단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 중이다. 

흔히 ‘시성비(시간대비성능)’라고도 일컬어지는 타임퍼포먼스(Time Performance) 역시 눈여겨봐야 할 소비 트렌드 중 하나다. 가성비를 넘어 시성비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소비 기준이 이동하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시성비 니즈로 인해 가사노동, 육아, 장보기 등 생활 전반의 아웃소싱화가 진전되고 있다. 노동 감축에 가치를 느끼는 소비자는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 음식물쓰레기 처리기에 거리낌 없이 지갑을 열 뿐 아니라, ‘런드리고’, ‘세탁특공대’ 같은 세탁 서비스 플랫폼과 ‘청소연구소’ 등의 홈클리닝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여 노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있다. 심지어는 대형 폐기물, 음식물쓰레기, 분리수거물 등 폐기물 종류에 상관없이 쓰레기를 대신 버려주는 플랫폼도 생겨난 상황이다. 이처럼 타임퍼포먼스가 하나의 소비 패턴으로 자리 잡은 만큼 앞으로 시성비 트렌드에 맞춰 소비자에게 더 나은 시간 효율성을 지원하는 상품이 다양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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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적인 취향보다는 자신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추구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스몰매스(Small Mass)를 대상으로 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스몰 매스란, 대다수는 아니지만 일정 규모의 시장이 예상되는 소비자를 의미한다. 패션·뷰티업계는 소규모 소비자층의 취향을 만족시킬 만한 신진·중소 규모의 인디 브랜드에 주목하며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이전에는 기업이 제공하는 옵션 안에서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소비자가 많았지만 앞으로 개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내세운 소비자들이 확대되면서 스몰 매스 중심의 시장이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이를 불문하고 건강한 라이프를 영위하려는 경향이 확산하면서 ‘웰에이징(Wellaging)’이 2030세대의 주요 관심 키워드로 부상했다. 소비자들은 일찍부터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 관리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으로 웰니스(Wellness)를 추구하며 몰입적 소비를 이어가는 중이다. 당류가 없는 제로(Zero) 식품과 더불어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개개인별 타고난 체질을 손쉽게 분석하고 향후 질병 가능성까지 사전에 예측해 주는 DTC(Direct-to-Customer) 기반 유전자 키트가 부상하는 이유이다.

마지막으로 소비 환경에 대한 첨단 기술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AI(인공지능)와 IoT(사물인터넷) 등 디지털 기술을 통해 유통과 소비가 고도화, 초개인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디지털 기술은 유통·소비재산업에 스며들어 소비 환경의 패러다임전환을 가속시킬 것으로 보인다.

인구구조 변화와 더불어 기술 혁신, 사회경제적 요인이 맞물려 소비 패턴이 완전히 리퀴드하게 바뀌어 버렸다. 유통·소비재 기업이 리퀴드 소비 트렌드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포트폴리오 리밸런싱(Rebalancing)이 필요하며, 니치 시장 발굴에 집중하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소비자의 변화하는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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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 패러다임의 대전환기, 유통·소비재산업의 리퀴드 소비 트렌드  Cl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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