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에 맞서는 신뢰의 힘:
어떤 사람을 신뢰하나요?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우리는 그야말로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불안, 걱정, 혼란은 자연스레 우리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곤 한다. 그렇다면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도 우리는 어떻게 안정을 찾고,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찾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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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떻게 성장할까요? 신체는 16~18세가 되면 대체로 성장이 멈추지만, 정신은 다릅니다. 내면은 끊임없이 확장되고 변화하며 성장합니다. 단, 사람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조건이 필요합니다. 바로 신뢰(Trust)입니다. 신뢰는 흔히 쓰는 단어지만, 모호한 측면이 있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타인을 신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관성’이었습니다. 말과 행동이 다르지 않은 사람, 오늘의 약속을 내일도 지키는 사람, 그리고 예측 가능한 사람은 우리에게 안도감을 줍니다. 다시 말해, 신뢰란 누군가의 행동이 예측 가능하다는 믿음에 뿌리를 둡니다. 우리는 예측 가능한 사람이나 상황을 신뢰합니다.

신뢰는 단순한 ‘사회적 기술’이 아니라, 인간 본성에 깊이 뿌리 박힌 믿음이기도 합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우리가 처음으로 마주한 인물 중, 통제할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기대를 품고 위험을 감수해야 했던 인물은 누구일까요? 바로, ‘어머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갓 태어난 아기는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존재로, 자신을 돌보는 사람(어머니)에게 전적으로 의지합니다. 이때 양육자가 아이의 필요와 기대를 민감하게 감지하고, 일관성이 있게 따뜻하게 돌봐준다면, 아이는 세상을 예측 가능하고 살만한, 긍정적인 곳으로 느끼게 됩니다. 곧 이것이 존재의 믿음과 희망이 되어 기본적인 신뢰감(Basic Trust)을 형성하게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신뢰가 단순히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성장하면서 관계 속에서 신뢰를 재확인하고, 깨지기도, 또 다시 쌓아 가기도 합니다. 즉, 신뢰는 고정된 것이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고 재구축됩니다. 

그러나 문제는 연초 탄핵 정국을 지나면서 한국 사회의 불확실성이 이전보다 더욱 커졌다는 점입니다. 정치적 위기가 경제적 불안을 불러왔고, 사람들의 마음에는 불안과 혼란이 자리 잡았습니다. 불확실성은 인간의 심리를 강타합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을 때 본능적으로 움츠러듭니다. 직장에서도 그 영향을 받게 됩니다. 요즘 많은 회사에서 ‘성과’와 ‘생존’이 중요한 키워드가 되었지만, 그 결과로 조직 내 긴장감이 높아지고, 구성원들은 점점 더 개별화되고 있습니다. 신뢰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두려움과 분열을 경험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측 가능성’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심리학적으로 신뢰는 예측 가능성에서 시작되며, 이제는 우리가 그런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을 설계해, 안정감을 느끼는 삶의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ACT(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의 원칙을 통해, 신뢰를 바탕으로 내적 성장과 관계 형성을 위한 방법을 제안합니다. 

 

*최상진, 김기범, 강오순, 김지영, & 김양하. (2005). 한국문화에서 대인관계 신뢰-불신의 기반과 심리적 기능에 대한 문화심리학적 분석. 한국심리학회지: 문화 및 사회문제, 11(1s), 1-20.

**YouTube [부모특강 5-1강] 아이의 ‘베이스캠프’가 되어라. 이승욱 강좌, 한겨례TV 제작

① 불확실성을 수용하기 (Acceptance)

불확실성은 완전히 없앨 수 없지만, 그것을 수용함으로써 타인과의 관계에서 불안감이나 방어적인 태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신뢰는 서로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함께 연대할 때 깊어집니다.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구분하기: 종이에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적어보세요. 팀 내 갈등을 예로 들면, 동료의 행동은 통제할 수 없지만, 그들과 대화하며 내 태도를 조정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불완전함을 인정하기: ‘모든 것을 완벽히 해야 한다’는 생각 대신, ‘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스스로와 타인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태도를 가져보세요.

② 인지적 융합에서 벗어나기 (Cognitive Defusion)

자신의 생각을 절대적인 진실로 받아들이기보다(인지적 융합)는, 그것을 단지 하나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능력을 키우면,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더 수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갈등을 줄이고 신뢰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생각과 나를 분리하기: ‘이 팀에서 내가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내가 지금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 말해보세요. 이렇게 하면 감정적인 반응보다 상황을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타인의 관점을 탐구하기: 갈등 상황에서는 ‘왜 저 사람이 그렇게 느낄까?’를 스스로 질문하며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연습을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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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행동으로 작은 변화 만들기 (Committed Action)

불확실성 속에서도 작은 행동부터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타인과의 관계에서 신뢰를 쌓으려면, 말보다는 행동으로 일관성을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행동으로 신뢰를 표현하기: 동료와의 경쟁만큼이나 협력에 대해서도 적극적이고, 동료와의 약속도 지키는 작은 행동부터 시작하세요. 공동의 목표를 위한 작은 기여하기: 팀에서 작은 기여를 통해 신뢰를 형성하세요. 부서 간 경쟁이 있을 때, 이익을 나누는 협력 방식을 제안하거나 도움을 요청받았을 때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행동이 연대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신뢰를 쌓는다는 것은, 불완전하고 예측할 수 없는 세상 속에서 나만의 질서를 만들어가는 용기를 의미합니다. 이는 단순히 타인을 믿는 것을 넘어, 자신이 타인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세상과 나누겠다는 의지입니다.

Profile
설진미 삼정KPMG 전임 심리상담사

성균관대학교에서 임상심리학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고려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임상심리 레지던트 과정을 마쳤으며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임상심리실에서 슈퍼바이저로 경력을 쌓았다.

현재는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10년간 일하며 심리상담, 조직컨설팅, 강좌 및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형 표준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 개발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조직에 속한 직장인들을 만나 삶의 불안과 고통, 갈등을 성찰하고 성장을 모색해 왔으며, 조직문화를 보다 ‘건강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데 관심이 있다.